바람소리를 담고 싶은
고려와 조선의 건국을 꿈꾸던
성수산 상이암
초록빛의 숲이 아름다운 산길은 지난10월에 다녀온
임실 성수산길입니다.
자가용이라면 절집 상이암까지 오를수 있었지만, 성수산
자연휴양림을 지나 임도삼거리에서 하차를 하여
가파른 산길을 걷기로 하였지요.
콘크리트포장길이지만 싱그러운 바람이 불어 주는게
마음이 가벼워져 발길도 가볍습니다.
도란도란 좋은이들과 이야기하며 걷다보니 갈림길이 나오는데,
콘크리트와 옛길의 갈림길로 당연 옛길을 택했습니다.
빨간 열매의 천남성도 만나고 알이 굴은 알밤과
이끼가 낀 돌계단을 걷는 여유있는 이시각은
힘든 산길을 올라가는게 아니라 마음의 여유를
부릴수 있는 소소한 풍경들이 바람소리마저도 붙잡고
싶어지는 낮익은 옛길입니다.
계단 끝 상이암이 보이는 순간 삼청동 글씨가 새겨진
비석을 보호하는 어필각과 여의봉 그리고 1922년에 세운
'조선태조고황제어필삼청동비각중수비'가 세워져있다.
이성계가 나라를 세우기 위해 기도를 드리고 난후 관음보살의
계시를 얻게 됨으로 삼업을 깨끗이 하였다고 하여 새긴
'삼청동(三淸洞)'이라고 합니다.
임실의 성수산은 장수의 팔공산에서 흘러 내려온 능선으로
이전에는 팔공산으로 불리었는데, 고려와 조선의 태조가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에 성수산으로 바뀌게 되었다는
태조 이성계의 전설입니다.
구슬땀을 흘리며 올라온 순간 시원한 약수물에 너무 반가운
나머지 한바가지 떠서 벌컥 들여 마셨습니다.
뒤돌아 보는 마당 한켠을 버티고 서있는 편백나무는
한나무인듯 여러갈래 나무 줄기가 의아심을 불러 일으킵니다.
기도처로 유명한 상이암은 무량수전, 칠성각, 산신각을 중심으로
요사채와 여의봉옆으로 어필각등이 배치되어 있다.
무량수전
사찰에 오면 치장하지 않은 전각이 정겹게 닥아 오면서
살짝 불어재키는 바람결에도 울림이 좋은 풍경소리는
어머님 품속같이 포근함에 귀기우려 작은 울림을 듣습니다.
9골짜기가 상이암을 향해 모여드는 형국으로 구룡지지라
불리는 상이암은 태조 3년(1394)에 각여대사가 크게 중수하였고,
고종 31년(1894) 동학혁명 때 병화입은 것을 순종 3년(1909)에
김대원선사가 재건하였으며, 일제강점기에 의병대장 이석용이
상이암을 근거지로 항일운동을 전개하여 일본군에 의해 불에 탔으며,
1912년에 대원스님이 중건하였고, 한국전쟁 때 소실되었던 것을
1958년에 중건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자연 그대로를 느끼게 하는 상이암의 칠성각은 2003년에
설립하였으며 정면 3칸, 측면 1칸의 겹쳐마 팔작지붕으로
목조기와집이다.
칠성각
이끼가 낀 부도는 역사를 말해주듯 상이암을 내려다 보고 있는데,
3기의 부도는 좌측 부터 (문화재자료 제124호)해월당부도,
가운데 (문화재자료 제124호)두곡당부도, 우측에는 이름모를
유형문화재 제150호로 지정된 상이암부도가 있었습니다.
상이암 맨위쪽 산자락에 작은 전각으로 산신각이 위치하고 있다.
편액이나 주련이 없는 정면과 측면이 모두1칸인
맞배지붕을 하고 있는 목조기와집입니다.
산신각
구슬땀을 흘리며 어렵사리 올라온 상이암이 왠지 마음을
감싸안아 주는게 고즈녁한 암자에 다시 찾아 오르고 싶었습니다.
순풍이 불어오는 정겨운 옛길 돌계단을 걸으며,
빼곡히 덮힌 나무숲 향기를 느껴보고 돌아 왔답니다.
여행정보: 성수산 상이암
전북 임실군 성수면 성수리 산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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