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카메라산행정보

셔터 속도에 대한 이해

해피송702 2009. 9. 12. 23:55

 

 

모든 카메라에는 렌즈와  촬상소자(필림) 사이에 셔터가 있다.

이 셔터는 카메라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빛을 시간적으로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조리개가 빛을 양적으로 조절하는 것과 다르다. 조리개 수치의 변화가 초점맞은 범위를 결정하는 피사계심도와 상관이 있다면, 셔터는 속도의 조절로 움직이는 사물을 정지시켜 표현할 수도 있고(고속셔터), 동적인 느낌이 나도록 표현할 수도 있다(저속셔터).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셔터속도에 대한 상식이다.

 

디지털 일안리플렉스(Dslr) 카메라에 내장된 셔터는 버튼을 누르는 순간 얇은 금속성의 선막과 후막이 적당한 간격을 두고 움직이면서 빛을 받아들인다. 보통 셔터우선모드나, 조리개 우선모드에서는 30,....1, 1/2, 1/4, 1/8, 1/30, 1/60, 1/125, 1/250, 1/500, 1/1000초....등 다양한 셔터속도가 있다. 수동으로 조절하면 1분 이상의 긴 셔터속도도 가능하고, 셔터를 누르고 있는 동안 셔터막이 열리는 B셔터도 있고, 셔터 버튼을 누르면 개방되고 한 번 더 누르면 닫히는 T(time)셔터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기능을 이용하여 다양한 사진을 만들어 낸다.

 

1.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를 정지시키는 고속셔터

요즘 나오는 카메라의 셔터속도는 1/8000초까지 가능하다. 1초를 8000의 간극으로 나눈다면 어느정도의 속도인지 짐작이 가지않는다. 하지만 이런 빠른 셔터속도를 이용해,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를 쉽게 고정시킬 수 있다. 엄청난 속도의 로켓이나 경주용 자동차가 달리는 모습 순간적으로 정지해 담을 수 있다. 보통 1/250초 이상이면 고속셔터에 속한다.

 

아래 카타르 도하에서 찍은 스피드 보트들의 출발 장면은 1/350초로 찍었다. 굉음을 내며 스피드보트가 출발하는 모습, 튕기는 물보라, 뒤로 돌아서는 사람들의 모습이 고속셔터에 의해 완전하게 정지된 모습으로 찍혔다. 격하게 움직이는 피사체나, 달리는 버스나 기차안에서 외부의 물체를 선명하게 찍으려면 최소한 1/100초 이상으로 찍어야 한다. 그렇다고 항상 고속으로만 찍으라는 말은 아니다. 적절한 셔터속도의 조정으로 살짝 움직임을 넣어보면 더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카타르 도하, 셔터속도 1/350초, 조리개 f 9.5, 2006. 4)

 

2. 동적인 느낌이 나는 저속셔터의 활용

나는 고속 셔터로 움직이는 사물을 정지시키기보다는 적당한 움직임이 느껴지는 저속셔터를 즐겨 사용한다. 여행지에서 꼭 가보는 전통 춤 공연이나 축제의 한 장면을 촬영할때는 1/50초 이하의 저속셔터를 즐겨 사용한다. 열정적인 플라멩코를 추는 집시여인. 이 춤추는 여인의 모습을 제대로 표현하려면 저속셔터가 효과적이다. 최대한 흔들리지 않게 카메라를 단단히 잡고 춤추는 속도에 맞추어서 다양하게 저속셔터를 구사한다. 셔터속도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격렬하게 움직이는 춤동작읭 경우에는 1/50초나 1/80초에서도 움직임이 표현되고, 느린 동작에서는 1/20초 정도는 되어야 움직임이 표현된다.

 

저속셔터를 이용할때 댄서가 너무 흐려보이면 좋지 않다. 댄서의 몸통이나 얼굴, 발은 선명하게 나오는 것이 좋고, 머리카락, 팔, 손, 치마가 블러(흐려짐)로 나와야 실감이 난다. 당연히 움직임이 없는 배경이나 정물은 정지된 상태로 나와야 한다. 그래야 '움직인다'/'안움직인'가 대비를 이루어 사진이 돋보이는 것이다. 아래 사진은 이런 대비외에도 청색과 주황색이 보색대비를 이루고 있고, 밝다/어둡다의 명암대비도 이루고 있기에 돋보이는 것이다. 삼각대를 사용하고 다양한 셔터속도로 찍어보면 된다.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으려면 많은 훈련이 필하다.

 

 (서울 충무아트센터, 돈 주앙 프레스콜, 셔터속도 1/13초, 조리개 f 5.6, 2009.7)

 

(일본 아오모리현 오이라세계류 셔터속도 4초, 조리개 f 22, 2007.6)

 

 

 

3. 사진의 의미확장

그러나 정말 중요한 사실은 셔터를 누르는 순간 시간의 문이 열려 사진에 시간이 퇴적시킨다는 점이다. 셔터를 누르면 셔터막이 열리고, 셔터속도의 시간만큼 빛에 반사된 이미지가 카메라에 담기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셔터막은 시간을 받아들이는 시간의 문이다. 시간의 문이 열리고(셔터가 열리고), 시간의 문이 닫히는(셔터가 닫히고)  그 짧은 시간동안만큼 시간은 살아 요동치다 죽어 이미지(사진)가 된다. 그래서 사진은 무한한 시간의 한 순간을 잘라담은 '시간의 죽음'인 셈이다.

 

카트만두 덜발광장에서 북쪽으로 조금만 가면 옛 왕궁 입구가 나온다. 여기에서 아주 인상적인 시바신의 화신 가운데 하나인 공포의 신 칼 바이러브가 있다. 한 손에는 칼을, 다른 손에는 사람의 머리를 들고 있지만 무섭지 않고 귀여운 모습이다. 여기에 삼각대를 설치하고 10초의 긴 노출을 주었다. 셔터막이 열려있는 10초의 시간동안 움직이는 모든것들은 흐릿한 잔상으로 유령처럼 표현되었다. 또 움직이지 않는 대상들은 그대로 정지해 있다. 공포의 신 칼 바이러브 신상앞에서 펼친 시간의 죽음이라니. 사진의 의미확장은 이런데서 나온다.

 

(카트만두 덜발광장, 셔터속도 10초, 조리개 f 22, 2007.8)

 

사진. 알면 알수록 더 어렵게만 느껴진다. 끝도 없고 보이지도 않는 길. 다만 위로 올라가는 단계만 있을 뿐이다. 그러기에 오히려 더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또 공부를 하면 할수록 더 재미있어진다. 셔터속도가 단순히 빛을 시간적으로 조절하고, 이미지를 순간적으로 정지시키고, 움직임의 표현한다는 차원을 넘어서 생각해보자. 셔터가 시간을 죽여 영원히 정지된 이미지를 만드는 장치라니. 정말 놀랍지 않은가. 그 찰라의 간극속에서 요동치는 빛을 죽여 사진으로 만드는게 셔터라니. 놀랍고 재미있지 않은가?

 

원본글- 여행블로그:지다님